전세 vs 월세 뭐가 이득일까 — 전월세 전환율로 계산하는 법
결론부터 말할게요. “월세는 그냥 버리는 돈이고, 전세는 어차피 보증금을 돌려받으니 무조건 이득”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집 구할 때가 되면 주변에서 꼭 한 번은 듣는 말인데,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전세도 공짜가 아니거든요. 전세대출을 받으면 다달이 이자가 나가고, 대출 없이 목돈을 넣었다면 그 돈이 예금에서 벌어다 줬을 이자를 포기하는 셈이에요. 말하자면 전세 세입자도 ‘보이지 않는 월세’를 내고 있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는 느낌이 아니라 숫자로 풀어야 하고, 그 출발점이 되는 도구가 전월세 전환율입니다.
전월세 전환율 — 보증금을 월세로 바꾸는 공식
전월세 전환율은 보증금 얼마가 월세 얼마와 같은 값어치인지 알려주는 비율이에요. 공식 자체는 한 줄이면 끝납니다.
월세 환산액 = (전세보증금 − 월세보증금) × 전환율 ÷ 12
숫자를 넣어 볼게요. 같은 집이 전세 3억 원, 또는 보증금 5,000만 원짜리 월세로 나와 있다고 하고 전환율을 연 5%로 잡으면, 보증금 차이 2억 5,000만 원에 5%를 곱해 연 1,250만 원, 12로 나누면 월 약 104만 원이 나옵니다. 매물에 붙은 월세가 104만 원보다 낮으면 월세 쪽이, 높으면 전세 쪽이 상대적으로 싸다는 1차 판정이 가능해요. 반대 방향 계산도 됩니다. 월세에 12를 곱해 전환율로 나누면 그 월세가 보증금 얼마에 해당하는지 역산할 수 있어서,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얼마나 낮추는 게 적당한가” 같은 조정 협상에도 그대로 쓰이는 공식이에요.
그런데 이 공식 한 줄로 집을 고르면 될까요? 그렇게 간단치는 않습니다. 여기엔 내 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 대출 이자를 얼마나 내는지, 묶인 목돈이 무엇을 포기하는지 — 가 빠져 있거든요. 전환율은 첫 번째 필터로만 쓰고, 진짜 비교는 아래에서 표로 해 볼게요.
법정 전환율에 대한 흔한 오해 — 신규 계약에는 적용되지 않아요
집을 구하러 다니다 보면 “법정 전환율이 있으니 집주인이 월세를 그 이상 못 받겠지”라고 여기기 쉬운데, 신규 계약에는 그 상한이 해당하지 않습니다.
법정 전환율부터 정리하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연 10%‘와 ‘한국은행 기준금리 + 2%포인트’ 중 낮은 쪽으로 정해져요(가산율 2%포인트는 2025년 시행령 기준이고, 기준금리는 수시로 바뀌니 최신 수치를 확인해야 해요). 기준금리가 연 3%라면 법정 전환율은 5%가 되는 식이죠. 그런데 이 상한이 작동하는 건 기존 계약을 유지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경우뿐이에요. 처음부터 월세로 나온 매물의 월세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정해지고, 실제 시장 전환율은 법정 전환율보다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주택 유형별 시장 전환율 통계는 한국부동산원에서 공표하니, 지금 보고 있는 매물이 시세 대비 후한 조건인지 박한 조건인지 가늠할 때 참고할 수 있어요.
같은 집으로 계산해 보기 — 전세 vs 월세 2년 총 주거비용
이제 본론입니다.
조건을 이렇게 가정할게요. 수중에 자기자금 1억 원이 있고, 같은 집이 전세 3억 원 또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100만 원으로 나와 있습니다. 전세를 택하면 부족한 2억 원은 전세대출로 채우는데, 금리는 연 4.0%(예시 수치)로 잡을게요. 묶이는 목돈의 기회비용은 세전 연 3% 예금 기준으로 하되, 이자소득세 15.4%를 떼면 세후 약 연 2.54%가 됩니다. 이 조건으로 2년 치 주거비용을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돼요.
| 항목 | 전세 (보증금 3억) | 월세 (보증금 5,000만 + 월 100만) |
|---|---|---|
| 전세대출 이자 (2년) | 1,600만 원 (2억 × 4.0% × 2년) | 없음 |
| 월세 (2년) | 없음 | 2,400만 원 (100만 × 24개월) |
| 보증금 기회비용 (2년, 세후) | 약 508만 원 (자기자금 1억 × 2.54% × 2년) | 약 254만 원 (보증금 5,000만 × 2.54% × 2년) |
| 2년 총 주거비용 | 약 2,108만 원 | 약 2,654만 원 |
| 월 환산 | 약 88만 원 | 약 111만 원 |
이 조건에서는 전세가 2년 동안 약 546만 원 저렴합니다. 그럼 전세의 승리로 게임 끝이냐 하면, 아직이에요. 표에서 정말 눈여겨볼 대목은 승패가 아니라 전세의 실질 주거비가 월 88만 원이라는 쪽이거든요. “전세는 공짜”라는 통념과 달리, 이자와 기회비용을 합치면 월세 100만 원과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내 목돈이 예금에서 얼마를 버는지는 예적금 이자 계산기에 금액과 금리를 넣으면 세후 기준으로 바로 나오니, 본인 숫자로 기회비용부터 구해 두면 나머지 계산이 한결 수월해져요.
얼마 전 이사를 앞둔 회사 동료가 전세랑 월세 중 뭐가 나은지 물어봐서 점심시간에 같이 숫자를 넣어 봤는데, 동료가 주거래 은행 앱에서 받아 온 금리로 돌려 보니 두 매물 차이가 생각보다 작아서 둘이 한참 들여다봤어요. 그날 하나 배운 건, 급여이체나 카드 실적 같은 우대 조건에 따라 적용 금리가 꽤 달라지니 그것까지 확인해서 계산에 넣는 게 좋다는 점이에요.
금리가 바뀌면 결론도 뒤집혀요 — 손익분기점 찾기
방금 그 결론, 가정이 하나만 흔들려도 뒤집힙니다.
위 표는 ‘전세대출 금리 4.0%, 예금 금리 3%‘라는 가정 위에 서 있는 답이에요. 같은 집이라도 전세대출 금리가 연 5.5%로 오르면 2년 이자만 2,200만 원이 되고, 기회비용까지 더한 전세 총비용은 약 2,708만 원으로 월세(약 2,654만 원)보다 비싸집니다. 이 예시 조건에서 손익분기 금리를 역산하면 약 5.4%. 전세대출 금리가 그 위라면 월세가, 아래라면 전세가 유리해지는 구조예요. 예금 금리가 오를 때도 목돈의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전세의 이점은 조금씩 깎여 나가고요. 대출이 고정금리냐 변동금리냐에 따라 2년 뒤 체감이 달라질 수 있으니, 금리 숫자만이 아니라 금리 유형도 같이 확인해 두는 게 좋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이렇게 잡으면 됩니다. 내가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전세대출 금리를 먼저 확인하고, 위 표의 틀에 내 숫자를 넣어 2년 총비용을 뽑는 것. 금융회사별 전세대출 금리는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비교 포털 파인에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요. 한도가 얼마나 나올지는 소득과 기존 부채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 판단 기준이 되는 지표들은 DSR·DTI·LTV 정리 글에서 다뤘으니 함께 보면 좋습니다.
숫자 밖의 변수 — 보증금 리스크와 세금 혜택
표에 안 들어간 변수가 둘 있는데, 이걸 빼면 공정한 비교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하나는 보증금 리스크. 전세는 수억 원의 목돈이 집주인 손에 가 있는 구조라,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항상 따라붙어요. 저는 전세를 택한다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전세보증보험 가입을 전제로 계산하는 게 맞다고 보는 쪽이고, 그렇다면 보증료도 총 주거비용에 얹어야 계산이 완성됩니다. 가입 조건과 보증료 계산법은 전세보증보험 글에 따로 정리해 뒀어요.
다른 하나는 세금 혜택인데, 이쪽은 주로 월세 편을 들어줍니다. 조건을 충족하면 연말정산에서 월세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거든요. 2025년 세법 기준으로 총급여 8,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가 대상이고 공제율은 15~17%, 공제 대상 월세액은 연 1,000만 원 한도예요. 요건과 한도는 해마다 손질될 수 있으니, 정확한 기준은 국세청 홈택스에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월 100만 원을 내는 세입자가 요건을 채우면 2년에 300만 원 안팎이 돌아올 수 있으니, 위 표의 월세 총비용이 그만큼 내려가는 셈이죠. 전세 쪽에도 전세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가 있는데, 이건 적용 요건이 따로 붙으니 본인이 어느 쪽 혜택 대상인지에 따라 최종 결론이 또 한 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전세냐 월세냐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전환율로 1차 비교를 하고 대출 이자·기회비용·보증보험료·세액공제까지 넣어 내 조건의 2년 총비용을 계산해야 비로소 풀리는 문제예요. 이 글에 쓴 금리와 전환율은 전부 예시 수치이니, 계약 전에 반드시 본인 조건의 숫자로 다시 돌려 보길 권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IRP를 중도해지하면 기타소득세 16.5%로 얼마나 손해인지, 예외 사유는 무엇인지 계산으로 따져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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