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 비율 어떻게 정할까? — '100-나이' 공식과 자산배분 기준
밤사이 미국 증시가 3% 넘게 빠졌다는 속보를 보고 출근길 지하철에서 증권사 앱을 열었다고 해 보죠. 화면이 온통 파란불입니다. “지금이라도 다 팔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는데, 같은 날 어떤 사람은 앱을 열어 보지도 않고 평소처럼 출근해요. 이 차이, 멘탈이 강해서가 아니에요. 계좌의 ‘구조’가 달라서인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주식과 채권을 어떤 비율로 담았느냐에 따라 똑같은 폭락장에서도 내 계좌가 흔들리는 폭이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그 비율을 정할 때 가장 많이 인용되는 ‘100-나이’ 공식부터 시작해서, 사실 나이보다 더 중요한 기준까지 숫자로 짚어 봅니다.
‘100-나이’ 공식 — 계산은 10초면 끝나요
방법 자체는 정말 간단해요. 100에서 자기 나이를 빼면 그게 주식 비중이고, 나머지가 채권 비중입니다. 30세라면 주식 70% : 채권 30%. 50세라면 50% : 50%. 투자금 1,000만 원을 굴리는 30세라면 주식형 자산에 700만 원, 채권형 자산에 300만 원을 나눠 담으라는 뜻이죠.
공식의 밑바탕에 깔린 논리는 ‘남은 시간’이에요. 젊을수록 손실이 나도 월급으로 다시 채우고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넉넉하지만,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큰 손실을 복구할 시간이 부족하니 가격 변동이 작은 채권 비중을 늘려 가라는 겁니다. 채권이 왜 방어 역할을 하는지, 금리와 채권 가격이 왜 반대로 움직이는지가 낯설다면 채권 투자 기초 글을 먼저 읽고 오시는 편이 이 글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돼요.
110-나이, 120-나이는 왜 나왔을까
요즘은 100 대신 110이나 120에서 나이를 빼는 공식도 자주 보입니다. 기대수명이 길어지면서 은퇴 후에도 자산을 20~30년 더 굴려야 하는데, 채권·예금 이자만으로는 물가 상승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주식 비중을 한 단계 올린 버전이 만들어진 거예요. 나이별로 두 공식이 어떻게 갈리는지는 표로 보는 게 빠릅니다.
| 나이 | 100-나이 (주식:채권) | 110-나이 (주식:채권) |
|---|---|---|
| 25세 | 75% : 25% | 85% : 15% |
| 35세 | 65% : 35% | 75% : 25% |
| 45세 | 55% : 45% | 65% : 35% |
| 55세 | 45% : 55% | 55% : 45% |
같은 35세라도 어떤 공식을 쓰느냐에 따라 주식 비중이 10%p 벌어져요. 다만 이 10%p를 두고 75가 맞는지 65가 맞는지 소수점까지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이 공식들은 정답을 뽑아 주는 계산기가 아니라 “나이가 들수록 위험자산을 줄여 간다”는 방향을 잡아 주는 출발점일 뿐이거든요. 그 정도 차이는 뒤에서 다룰 사용 시점 보정이나 리밸런싱 한 번이면 다시 뒤집힐 만한 폭이고요. 진짜 고민은 그다음, 내 상황에 맞게 보정하는 단계에서 시작해요.
나이보다 중요한 질문 — 이 돈을 언제, 어디에 쓸 건가요
같은 35세여도 3년 뒤 전세보증금으로 쓸 돈과 25년 뒤 연금으로 꺼낼 돈의 배분이 같을 수는 없죠. 그래서 실제 배분의 순서는 나이가 아니라 ‘이 돈의 사용 시점과 목적’에서 출발합니다. 목적과 기간별로 흔히 쓰는 기준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돈의 목적 | 사용 시점 | 주식:채권 배분 예시 |
|---|---|---|
| 전세금·결혼자금 등 곧 쓸 목돈 | 3년 이내 | 주식 0~20% (예적금·단기채 위주) |
| 주택 자금 등 중기 목표 | 3~7년 | 주식 40~60% |
| 노후 대비 연금 자산 | 10년 이상 | 주식 70~90% |
사용 시점이 가까울수록 “떨어져도 기다리면 된다”는 전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낮추는 거예요. 3년 뒤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야 하는 전세금이 폭락장 한가운데 잠겨 있다면, 회복을 기다릴 방법 자체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표에 들어가기 전 단계가 하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한 비상금은 아예 투자 대상에서 빼 두는 것. 비상금 규모를 어떻게 잡을지는 비상금 계산 기준 글에서 다뤘어요.
비율이 달라지면 뭐가 달라질까 — 기대수익과 최대낙폭
주식 비중을 높이면 기대수익이 올라가는 대신 최대낙폭(MDD)도 같이 커집니다. 최대낙폭은 고점에서 저점까지 계좌가 최대 몇 %까지 빠졌는지를 뜻하는데,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 S&P500 지수는 고점 대비 절반 이상 하락한 적이 있어요. 물론 과거 수익률과 하락폭은 참고용일 뿐,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은 전제로 깔아 두고요.
감을 잡기 위해 단순한 시나리오 하나만 계산해 보죠. 어느 해 주식이 -40%, 채권이 +2%를 기록했다고 가정하고, 1,000만 원짜리 포트폴리오가 비율별로 얼마가 되는지입니다.
| 주식:채권 비율 | 포트폴리오 수익률 | 1,000만 원의 평가액 |
|---|---|---|
| 100% : 0% | -40.0% | 600만 원 |
| 70% : 30% | -27.4% | 726만 원 |
| 50% : 50% | -19.0% | 810만 원 |
| 30% : 70% | -10.6% | 894만 원 |
계산법도 어렵지 않아요. 70:30이라면 0.7×(-40%) + 0.3×(+2%) = -27.4%, 내 비율을 그대로 넣으면 됩니다.
이 표를 볼 때 정작 중요한 건 수익률 숫자 자체가 아니라 이 질문이에요. 계좌가 -27%가 됐을 때, 나는 팔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하락장에서 버티지 못하고 저점에 파는 순간 손실은 확정됩니다. 그래서 저는 기대수익이 조금 낮아지더라도 내가 견딜 수 있는 낙폭 안에서 비율을 정하는 쪽이 결과적으로 낫다고 봐요. 숫자로 볼 때는 -40%도 견딜 것 같지만, 1,000만 원이 600만 원으로 찍힌 화면을 실제로 마주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밤에 잠이 안 올 것 같은 비율이라면, 그건 내 비율이 아닌 겁니다.
저도 예전에 시장이 한창 출렁이던 시기에 ‘감내 가능 손실’이라는 용어를 검색해 본 적이 있는데, 찾다 보니 자꾸 투자성향 진단 이야기가 딸려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쓰던 증권사에서 오랜만에 진단을 다시 해 봤더니, 가입할 때 별생각 없이 공격투자형으로 체크해 둔 결과가 몇 년째 그대로 남아 있어서 좀 의외였습니다. 새로 받아 본 결과는 한 단계 낮게 나왔고, 저는 그걸 계기로 채권 쪽을 조금 늘려 뒀어요. 계좌 설정 메뉴에서 투자성향 진단만 다시 받아 봐도 지금 비율이 나한테 과한지 점검하는 데 은근히 쓸모가 있습니다.
정한 비율을 지키는 것까지가 자산배분이에요
비율을 정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주식이 오르면 가만히 있어도 주식 비중이 커져서, 처음 정한 70:30이 어느새 80:20이 되곤 하거든요. 이걸 원래 비율로 되돌리는 작업이 리밸런싱인데, 주기 방식과 밴드 방식 중 뭘 쓸지, 매매 금액은 어떻게 구하는지는 리밸런싱 실전 계산법 글에 계산 예시와 함께 정리해 뒀어요.
어느 계좌에서 굴릴지도 같이 정해 두면 좋습니다. 10년 이상 굴릴 노후 자금이라면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연금계좌에서 배분하는 편이 유리한 경우가 많아요. 매매 차익과 분배금에 대한 과세가 인출 시점까지 미뤄져서 리밸런싱할 때 세금 부담이 덜하고,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거든요. 내 연봉 기준으로 환급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계산기에 숫자만 넣으면 바로 나옵니다. 채권형 펀드나 예금 같은 상품별 조건을 비교할 때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이 기준이 되고, 연금계좌 세제 요건은 개정될 수 있으니 실행 전에 국세청 홈택스에서 최신 기준을 한 번 확인하는 게 안전해요.
순서를 다시 놓아 보면 이렇습니다. 비상금을 먼저 빼 두고, 돈의 사용 시점으로 큰 틀을 잡고, 100-나이 공식을 출발점 삼아 내가 견딜 수 있는 최대낙폭 안으로 비율을 보정하는 것.
공식 계산과 실제 실행 사이의 간극이 바로 여기예요. 공식은 10초면 계산되지만, 그 비율을 하락장에서도 지켜 내는 건 “여기까지 빠지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더라고요.
다음 글에서는 주제를 바꿔서, 전월세 전환율로 전세와 월세 중 뭐가 이득인지 계산하는 법을 다뤄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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