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 기초 —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질까
액면가 1만 원에 해마다 3%, 그러니까 300원씩 이자를 주는 채권이 있다고 해볼게요. 오늘 샀는데 다음 달 시장금리가 4%로 오르면, 잔존만기 5년짜리 기준으로 이 채권의 가격은 약 9,555원이 됩니다. 산 지 한 달 만에 평가액이 4.5% 빠진 거예요. “정해진 이자를 주는 안전한 상품”이라더니,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금리와 채권 가격이 반대로 움직인다는 이 관계 하나만 몸에 붙이면, 채권 투자에서 마주치는 의문의 대부분이 풀립니다. 액면 1만 원짜리 채권 하나를 붙잡고 그 원리를 끝까지 계산해 볼게요.
채권의 기본 구조 — 액면가, 이표, 만기
채권은 돈을 빌려주고 받는 차용증이에요. 정부나 회사가 “만기에 원금을 갚고, 그때까지 정해진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발행하는 거죠. 용어는 세 개만 잡으면 됩니다.
- 액면가: 만기에 돌려받는 원금. 예시에서는 1만 원.
- 표면금리(이표): 발행할 때 정해지는 이자율. 연 3%면 매년 300원.
- 만기: 원금을 돌려받는 날짜.
이 셋 중에서 정작 가격을 흔드는 건 이표가 ‘고정’이라는 점이에요. 시장금리는 매일 움직이는데, 내 채권이 주는 이자는 발행 순간 300원으로 못 박혀 있습니다. 이 어긋남이 채권 가격이 출렁이는 출발점이고, 사실 이 글 전체가 이 한 줄의 부연 설명이에요.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떨어지는 이유 — 직접 계산
시장금리가 4%로 오르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액면 1만 원에 매년 400원을 줍니다. 내 채권은 여전히 300원이고요. 이 상태에서 누가 내 채권을 1만 원 그대로 사줄까요? 옆에 400원짜리가 놓여 있는데요. 안 삽니다. 결국 값을 깎아야 팔려요.
얼마나 깎여야 하는지도 계산이 됩니다. 잔존만기 1년짜리라면 1년 뒤에 원금 1만 원과 이자 300원, 합계 10,300원이 들어와요. 이 10,300원을 새 채권 수익률인 4%로 할인하면 10,300 ÷ 1.04 ≈ 9,904원. 9,904원에 산 사람은 1년 뒤 10,300원을 받으니 정확히 연 4%를 버는 셈이죠. 가격이 내려가면서 수익률이 시장 수준에 맞춰지는 구조입니다.
반대 방향도 똑같이 작동해요. 시장금리가 2%로 내려가면 같은 채권은 10,300 ÷ 1.02 ≈ 10,098원으로 올라갑니다. 연 3% 고정 이자가 갑자기 귀해지니 웃돈이 붙는 거예요. 금리와 채권 가격은 시소의 양 끝입니다.
만기가 길수록 크게 출렁입니다
같은 1%포인트 상승이라도 잔존만기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는 폭은 전혀 달라요. 이표 3% 채권을 들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4%로 오른 상황을 만기별로 늘어놓으면 이렇습니다.
| 잔존만기 | 조정된 가격(액면 1만 원) | 하락 폭 |
|---|---|---|
| 1년 | 약 9,904원 | 약 -1.0% |
| 5년 | 약 9,555원 | 약 -4.5% |
| 10년 | 약 9,189원 | 약 -8.1% |
시장보다 낮은 이자 300원을 감수해야 하는 햇수가 길수록, 그 손해를 가격 할인으로 미리 보상해 줘야 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표를 보면 조금 이상한 점이 있죠. 5년짜리는 해마다 100원씩, 단순 계산으로 500원쯤 손해인데 하락 폭은 445원(1만 원 - 9,555원)에 그칩니다. 먼 미래의 손해일수록 할인되어 지금 가치로는 덜 아프기 때문인데, 이런 세부까지 외울 필요는 없고 “장기채는 금리에 민감하고 단기채는 둔감하다”만 챙기면 충분해요. 상품 설명서에 나오는 ‘듀레이션’이 바로 이 민감도입니다. 듀레이션이 8이면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가격이 대략 8% 안팎으로 움직인다고 읽으면 되고, 채권형 상품을 고를 때 수익률보다 먼저 확인해야 하는 숫자가 사실 이거예요. 요즘은 개별 채권보다 채권 ETF로 접근하는 분이 많은데, ETF라는 그릇 자체가 낯설다면 ETF의 기본 구조를 정리한 글을 먼저 읽고 오면 이해가 훨씬 빨라집니다.
고백하자면 저도 채권형 ETF를 처음 살 때 장기물과 단기물 사이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어차피 오래 둘 돈이라는 생각에 장기 쪽을 골랐습니다. 그때는 듀레이션이라는 항목이 있는 줄도 몰랐고, 만기가 길면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주니 이득이겠거니 했어요. 얼마 안 가 금리 뉴스가 나올 때마다 계좌 숫자가 생각보다 크게 오르내리는 걸 보고서야 위에 정리한 내용들을 뒤늦게 찾아봤네요.
만기까지 들고 가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채권이 꽤 위험한 물건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 가격은 어디까지나 ‘지금 중도에 판다면’의 이야기예요. 발행자가 부도나지 않는 한, 만기까지 보유하면 매년 300원의 이자와 만기일의 액면 1만 원은 그대로 들어옵니다. 중간의 가격 등락은 겪지 않은 일이 되는 거죠. 공짜는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 시장의 4% 대신 3%만 받는 기회비용은 감수해야 하니까요.
그럼 이 ‘버티면 원금’ 선택지가 채권 ETF에도 그대로 있을까요? 같은 채권을 담는 그릇이라 그럴 법도 하지만, 아쉽게도 그 기대는 빗나갑니다. 일반적인 채권 ETF는 만기 없이 채권을 계속 교체하며 굴러가기 때문에, 떨어진 가격이 회복되려면 금리가 다시 내려와 줘야 합니다. 개별 채권과의 결정적 차이가 바로 이 지점이에요. 최근에는 정해진 시점에 청산되는 만기매칭형(존속기한형) 채권 ETF도 나와 있으니, 만기 보유 전략을 원한다면 그 유형인지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입니다. 거꾸로 금리가 높을 때 장기채를 싸게 사 두었다가 금리 하락기에 가격 상승을 노리는 전략도, 결국 같은 시소 원리에서 나온 응용이고요.
채권에 붙는 세금 — 이자는 과세, 매매차익은 비과세
세금을 빼면 반쪽짜리 정리라 짚고 갑니다. 2025년 세법 기준으로 개인이 채권에서 받는 이자에는 15.4%(지방소득세 포함)가 원천징수돼요. 반면 채권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남긴 매매차익은 개인에게는 과세되지 않습니다. 표면금리가 낮아 이자는 적고 가격 상승 여력이 큰 저쿠폰 채권이 절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와요. 다만 이자·배당을 합쳐 연 2,000만 원을 넘기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고, 과세 체계는 개정될 수 있으니 매수 전에 국세청 안내에서 최신 기준을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절세계좌도 같이 볼 만해요. 중개형 ISA에서는 국내 채권을 직접 담을 수 있어서 이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챙길 수 있거든요. 어떤 상품이 ISA에 들어가고 어떤 상품이 안 되는지는 중개형 ISA에서 살 수 있는 상품 정리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예금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세요
만기까지 들고 갈 생각이라면 채권의 수익은 사실상 확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첫 비교 대상은 주식이 아니라 예금이에요. 이표 3% 채권을 만기 보유할 때의 세후 수익과 같은 기간 정기예금의 세후 이자를 예적금 이자 계산기에 넣어 나란히 놓아 보면 판단이 한결 쉬워집니다. 다만 둘이 같은 성격의 상품은 아니에요. 예금은 예금자보호로 5천만 원까지 지켜지지만, 채권은 발행자의 신용에 기대는 상품입니다. 국채라면 국가가 갚고, 회사채라면 그 회사가 갚아요. 저는 이 신용 차이를 감수할 만큼의 금리 차이가 보이지 않으면 그냥 예금 쪽이 낫다고 봅니다. 예금·적금·파킹통장 같은 확정금리 상품들의 성격 차이는 목적별 선택 가이드에서 다뤘고, 시중 예금 금리는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요.
긴 글이었지만 핵심 문장은 짧아요. 이표는 고정이고 시장금리는 움직이니, 그 차이를 가격이 메운다. 9,904원도 9,555원도 전부 이 한 문장의 계산 결과였어요. 이것만 붙잡고 있으면 만기별 민감도든 듀레이션이든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다음 글에서는 초보 투자자가 흔히 하는 실수 7가지를 짚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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