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계좌

연금저축펀드 vs IRP — 뭐부터 만들어야 할까

글 · 머니로그 운영자 작성일

연금계좌를 둘러싼 제도가 몇 년 사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2023년에 세액공제 대상 납입 한도가 연금저축 600만 원, IRP 합산 900만 원으로 늘었고, 2024년부터는 연금을 받을 때 저율 분리과세가 적용되는 기준 금액도 연 1,500만 원으로 올라갔죠. 2024년 말에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까지 시행돼서, 금융회사를 옮길 때 보유 상품을 팔지 않고 그대로 들고 갈 수 있게 됐고요. 나라가 이 정도로 혜택을 몰아주는 계좌가 흔치 않다 보니 시작하려는 분이 부쩍 늘었는데, 정작 첫 단추에서 다들 멈칫합니다. 연금저축펀드와 IRP, 둘 중 뭐부터 만들어야 하나.

답부터 말할게요. 대부분의 경우 연금저축펀드가 먼저입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이 답이 뒤집히는지를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 볼게요.

이름은 달라도 뿌리는 같은 두 계좌

순서 이야기를 하려면 공통점부터 짚는 게 빠릅니다. 연금저축펀드와 IRP(개인형 퇴직연금)는 세법상 둘 다 ‘연금계좌’로 묶이고, 그래서 핵심 혜택 세 가지를 똑같이 받아요. 납입할 때 세액공제, 굴리는 동안 수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미뤄 주는 과세이연, 그리고 만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할 때 3.3~5.5%의 낮은 연금소득세. 두 계좌를 합쳐 한 해에 넣을 수 있는 돈은 1,800만 원이고, 그중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연금저축 600만 원, IRP까지 합치면 900만 원입니다(2025년 세법 기준).

혜택만 보면 아무거나 먼저 만들어도 될 것 같죠. 그런데 가입 자격부터 돈을 빼는 조건까지 계좌의 성격이 꽤 다르고, 바로 그 차이가 ‘뭐부터’의 답을 가릅니다.

갈림길은 네 곳 — 자격·상품·인출·수수료

차이가 나는 지점을 표로 먼저 훑고, 그중 정말 중요한 항목만 골라서 이야기할게요.

구분연금저축펀드IRP
가입 자격소득이 없어도 누구나 (주부·학생 가능)근로자·자영업자 등 소득이 있는 사람
세액공제 한도연 600만 원연금저축 포함 합산 연 900만 원 (IRP 단독 900만 원 가능)
담을 수 있는 상품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 (예금 불가)예금·펀드·ETF·리츠 등 (예금 가능)
위험자산 한도제한 없음 (주식형 100% 가능)70%까지 (30%는 안전자산으로 유지)
중도 인출세금을 부담하면 부분 인출 가능법정 사유 외 부분 인출 불가
계좌 수수료별도 관리 수수료 없음운용·자산관리 수수료 부과 (비대면 가입 시 면제하는 곳 많음)

체감 차이가 가장 큰 항목은 단연 중도 인출이에요. 연금저축은 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세액공제받은 원금과 운용수익에 16.5% 기타소득세를 물면 필요한 만큼만 뺄 수 있습니다. 아까운 세금이긴 하죠. 그래도 ‘뺄 수는 있다’는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다릅니다. 반면 IRP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 6개월 이상 요양처럼 법에서 정한 사유가 아니면 일부 인출이 아예 막혀 있어서, 돈이 필요하면 계좌를 통째로 해지하는 수밖에 없어요. IRP는 법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세금을 감수하겠다고 해도 부분 인출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세금만 물면 필요한 만큼 뺄 수 있는 연금저축과 분명히 다른 부분입니다. 같은 돈을 넣어도 IRP 쪽이 훨씬 단단하게 잠기는 셈입니다.

운용 쪽 차이는 비교적 간단해요. 연금저축펀드는 계좌 전부를 주식형 ETF로 채울 수 있고, IRP는 위험자산을 70%까지만 담을 수 있어 나머지 30%는 예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둬야 합니다. 공격적으로 굴리고 싶은 분에게는 제약이고, 원금 손실이 싫은 분에게는 IRP의 예금 편입 기능이 오히려 장점이 되고요. 가입 자격은 표 그대로입니다. 소득이 없는 주부나 학생은 애초에 IRP를 만들 수 없으니, 이 경우엔 고민할 것도 없이 연금저축펀드예요.

총급여 4,000만·5,000만 원, 환급액을 직접 계산해 보면

세액공제율은 총급여에서 갈립니다. 2025년 세법 기준으로 총급여 5,500만 원 이하는 16.5%, 초과하면 13.2%예요(지방소득세 포함). 이 두 숫자만 기억하면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금액은 곱셈 한 번으로 나옵니다.

총급여 4,000만 원인 직장인이 연금저축펀드에만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넣었다고 해 볼게요. 600만 원 × 16.5% = 99만 원. 수익이 한 푼도 안 나도, 원금만 지켜도 납입액의 16.5%가 연말정산 때 통장으로 돌아오는 구조입니다.

총급여 5,000만 원이라면 어떨까요. 연금저축에 600만 원을 채우고 IRP에 300만 원을 더 넣어 합산 900만 원을 만들면, 900만 원 × 16.5% = 148만 5,000원. 매달 75만 원씩 부었을 뿐인데 한 달 치 납입액의 두 배 가까운 돈이 환급되는 셈이에요. 다만 총급여가 5,500만 원을 넘으면 같은 900만 원을 넣어도 13.2%가 적용돼 118만 8,000원으로 줄어듭니다.

이 계산에는 조건이 하나 더 붙습니다. 세액공제는 내가 낸 세금(결정세액) 범위 안에서만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소득이 적거나 다른 공제가 많으면 계산상 환급액을 다 못 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내 급여와 납입 계획 기준으로 실제 환급액이 얼마나 되는지는 연금저축·IRP 세액공제 계산기에 숫자를 넣어 보면 바로 나옵니다.

순서를 정한다면 — 연금저축 600만 먼저, IRP는 채우기용

이제 서두에서 던진 답으로 돌아올 차례입니다.

첫 계좌로 연금저축펀드를 권하는 이유는 앞에서 본 차이에 그대로 들어 있어요. 급할 때 부분 인출이라는 탈출구가 있고, 계좌 관리 수수료가 따로 없고, 위험자산 한도 같은 운용 제약도 없습니다. 그래서 세액공제 한도 600만 원을 연금저축에서 먼저 채우고, 여유가 더 생겼을 때 IRP에 300만 원을 얹어 합산 900만 원을 완성하는 흐름이 자연스러워요.

예외도 분명히 있습니다. 원금 보장이 최우선이라 예금으로만 굴리고 싶다면 처음부터 IRP가 답이에요. 연금저축펀드에는 예금을 담을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직이나 퇴직으로 퇴직금을 받을 일이 생기면 IRP 계좌가 어차피 필요해져서, 직장인이라면 언젠가 두 계좌를 모두 갖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어느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쪽에 먼저 얼마를 넣을지’의 문제라고 봐요.

저도 순서는 연금저축펀드가 먼저였는데, 월급날이면 자동이체가 잘 빠져나갔는지 쓰던 증권사 앱을 한 번 열어 보는 게 버릇이 됐습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그 김에 올해 납입액이 한도에서 얼마나 비는지도 같이 훑어보게 되더라고요.

가입 전에 함께 챙겨두면 좋은 것들

연금계좌의 혜택은 큰 대신, 만 55세까지 묶이는 돈이라는 전제가 붙습니다. 3~5년 안에 쓸 목돈이라면 연금계좌보다 의무 가입기간이 짧은 ISA가 더 맞을 수 있어요. ISA가 처음이라면 ISA 계좌의 세 가지 유형 정리부터 읽어 보면 그림이 잡히고, 가입 직전 점검 항목은 ISA 계좌 만들기 전 확인할 5가지에 따로 정리해 뒀습니다. 두 제도는 경쟁 관계라기보다 역할 분담에 가까워서, 만기가 된 ISA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이체 금액의 10%(최대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한도가 추가되는 연계 제도도 있고요. 요건이 바뀔 수 있으니 이체 시점에 최신 기준을 다시 살펴보는 게 안전합니다.

IRP를 만들 계획이라면 수수료 비교는 건너뛰지 마세요. 같은 IRP라도 회사별로 수수료 체계가 다르고 비대면 가입 시 면제해 주는 곳도 있어서,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에서 비교해 보고 고르는 편이 남는 장사입니다. 이 글의 세율과 한도는 2025년 세법 기준이라 개정될 수 있으니, 연말정산 직전에는 국세청 안내를 한 번 더 확인해 두시고요.

내일 글에서는 세액공제 한도를 항목별로 쪼개서, 내 소득 구간에서 돌려받는 금액을 직접 계산하는 방법을 다룰게요.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 총정리 — 돌려받는 금액 직접 계산”으로 이어집니다.

그 계산에 앞서 원천징수영수증이나 급여명세서에서 내 총급여가 5,500만 원 기준선의 어느 쪽인지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공제율이 16.5%인지 13.2%인지가 거기서 갈리고, 그 숫자 하나만 알아 둬도 올해 납입 계획의 절반은 선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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